꿀과 젖이 흐르는 곡창 지대를 두고 오십 년간 다투던 토끼족과 뱀족. 오랜 전쟁에 지친 그들은 정략혼으로 화합을 도모한다. 남편 될 자는 냉혈한이자, 전쟁귀로 악명 높은 뱀족의 우두머리 카이사 그레이브스. 그의 신부로는 토끼족 사이에서 꼬리가 없다는 이유로 천대받는 샤리에가 낙점된다. 한편, 전생의 기억이 있는 샤리에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카이사는 그녀가 전생에 읽은 피폐 소설 속 남주인공. 원작 여주인공을 납치, 감금하는 인물이었다. “난 당신의 남편입니다. 앞으로는 평생 함께 살아갈 사이로서 서로를 더 알아 갈 필요가 있죠.” “…….” “그러니 겁먹지 말고 나를 보십시오.” 하지만 샤리에의 예상과 다르게 남편은 상냥하기만 한데. “내가 곁에 있을 테니 안심해요.” 귓가에서 속삭이는 다정한 목소리와 조심스레 휘감기는 단단한 팔다리. 마치 뱀이 먹잇감을 조여 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졸려.’ 더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샤리에가 그대로 수마에 사로잡힌 그때. “드디어 다시 만났어.” 조금 전 다정하게 달래 주던 남자의 것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희열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현실감이 들지 않는 와중. 얼음처럼 차가운 입술이 샤리에의 이마에 떨어졌다. “이제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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