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국 세자가 기거하는 동궁전. 어느 날부터 그곳에 기이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지엄하신 국본께서 남색을 탐한다는 추문이. * * * 휘는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떠는 사하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댔다. “밤마다 계집처럼 가꾸기라도 하는 것이냐? 사내 피부가 참으로 곱구나.” “그,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어찌 소인에게 그리 창피를 주시옵니까.” “사내끼리 이 정도 장난도 못 친단 말이냐. 그게 아니면…… 네놈이 사내가 아니기라도 한 것이냐?” 휘의 날카로운 질문에 사하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찰나의 침묵 속에서 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이제야 이 기이한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계집이었군.’ 휘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관대를 벗기고 정체를 폭로하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그렇게 끝내기엔 이 상황이 너무도 흥미로웠다. 이 먹잇감을 조금 더 데리고 놀아 보고 싶다는, 잔인한 유희 본능이 꿈틀거렸다. 휘는 사하의 허리를 감은 손에 은근히 힘을 주며, 그녀의 귓가에 비릿하게 웃음을 흘렸다. “네놈이 사내인지 아닌지는, 오늘 밤 내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지. 사관은 모름지기 왕의 밤 수발까지 들어야 하는 법이니까.” 휘는 사하를 놓아주며 서안으로 돌아갔다.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떠는 사하를 뒤로한 채, 휘는 붓을 들어 사초에 휘갈겨 적었다. <이휘는 금일 흥미로운 유희를 얻었다.> 휘의 붓끝이 사초 위를 거칠게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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