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비명. 잔혹했던 살육의 밤. 가족을 해친 약탈자들이 험악하게 시아라를 찾았다. “천하절색이라는 그 유명한 둘째 딸은 어디 있지?” “딸을 숨기려고 해도 소용없어! 찾아!” 간신히 해를 피한 시아라는 얼어붙은 평원을 내달렸다. 오로지 복수, 그것 하나만을 갈망하면서. 힘. 힘이 필요했다. 약탈자들에게 오늘의 피를 똑같이 되갚아줄 수 있는 막강한 권력자의 힘이. 시아라는 휘몰아치는 광풍 속에서 차갑게 눈을 부릅떴다. “어차피 약탈당해야 할 운명이라면, 가장 강한 남자에게 약탈당하겠어.” * * * * * * * “너, 이름이 뭐지?” 화려한 무개 마차에 느긋이 앉은 남자가 시아라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불구에 광인. 그래서 황위 계승권이 아예 없다는 제4 황자였다. 복수를 위해 ‘황제가 될 가장 강력한 황자’를 잡으려 했는데……. 이 불구에 미쳤다는 황자만이 그녀의 유일한 선택지였다. “카샤.” 시아라는 우아하게 턱을 들며 대답했다. “난 카샤예요.” ◆ 일러스트 : 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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