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떠난 첫사랑 지해범이 나타났다. 여전히 멋있는, 아니 더 성숙한 ‘남자’가 되어. 을의 연애를 자처하던 우주는 결혼식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배신당하고. 때마침 12년 만에 돌아온 해범은 지금껏 친구란 이름 뒤에 숨겨 온 진심을 드러내는데……. * “밤새 생각해 봤는데.” 차분하게 운을 떼는 그에게 묘한 불길함을 느낀 우주가 느릿하게 눈을 들었다. 지해범은 자타공인 모범생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그를 좋아했지만, 그녀만 아는 성격이 하나 있었다. “일단 난 결정했다는 것부터 말해 둘게.” 그건 바로 한번 꽂히면, 그게 뭐가 되었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직진한다는 것. “네 남자 친구, 내가 해 줄게.” “……뭐?” 해범은 조금 전까지 유지하던 자세를 거두고 특유의 표정으로 검은 눈을 일렁였다. “물론, 남편도 가능해.” 우주의 입에서 뜨거운 커피가 주룩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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