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데쉬는 황망하게 제 앞에 실 끊어진 인형처럼 널려있는 히어로, ‘핫칠리’를 응시했다. 평소의 그 기운 넘치는 모습은 어디갔나 싶게 흡사 종잇장처럼 널린 커다란 덩치는 지독하게 비현실적이었다. 히어로 핫칠리를 아는 이라면 모두가, 살짝 창백하기까지한 얼굴로 늘어진 그의 모습을 보고 눈을 비빌 것이다. 그야,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무려 능력이 '파워'인 무패의 최고 인기 히어로 '핫칠리'를 모르는 이는 없을테니까. 데쉬가 느끼는 당황은 그것과는 조금 부류가 달랐다. 사실, 데쉬에게 일반 시민들과 같은 감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이기도 하다. 그야, 데쉬는 빌런이었으니! 하지만 데쉬 또한 핫칠리를 보며 큰 당황을 느끼고 있기는 했다. 핫칠리가 이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그의 계획은 완벽하게 어그러질 테니까. "야. 야. 일어나 봐!" 데쉬는 힘없이 늘어진 히어로, 핫칠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 두툼한 몸뚱이는 미동은커녕 그저 데쉬가 흔드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다. "이봐. 블랙캣! 당장 투항해라!" 밖에서는 다른 히어로들의 소리가 들린다. 제 능력인 실드를 광범위로 펼쳐 이 건물을 통째로 범위 내에 두기는 했지만, 저도 사람인 이상 언젠가는 실드가 풀린다. 그 사이에 소위 처치의 ‘골든타임’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손에 닿는 체온은 꼭 죽은 자처럼 차갑기만 하다. 데쉬는 쓰러진 히어로와 소리가 들리는 바깥을 번갈아 보았다. 아. 눈물이 고인다. 빌런 '블랙캣'. 그리고 동시에 그저 겁많은 남자이기도 한 데쉬는 눈가가 시큰해지는 것을 느꼈다. "...야. 제발, 제발 일어나 보라고!" 급기야는, 핫칠리를 내려다보는 데쉬의 눈에는 눈물마저 그렁그렁 고여있었다. 물론 데쉬는 빌런인만큼, 그의 눈물이 순수하다고만 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데쉬의 의도가 어떠했든 이젠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다. 확실하게 죽으려던 계획도, 비밀을 누설해 가는 길 조금이나마 마음 좀 편해져 보려던 것도. 게다가 얼결에 히어로를 인질로 잡고 있는 꼴까지 되어 버리다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핫칠리를 이렇게 만든 것은 데쉬가 아니었다! 조금 전, 제가 집어던졌던 파편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던 핫칠리의 모습을 녹화라도 해놓았어야 했는데. ”...밖에다가 말해도, 안 믿어주겠지?“ 좆됐다. 정말.
작품 정보
〈히어로의 배터리〉는 돈땃쥐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꾸금벨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5 늘어 누적 829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