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 왕자님이 도망쳤다. “유셀. 네가 좋겠구나……. 너밖에 없다. 이미 대역도 몇 번 한 적이 있지 않나.” 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왕자를 대신해 가짜 왕자 행세를 하게 된 기사 유셀. 그의 어깨에 나라의 운명이 달렸다! “이제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결혼하는 거지.” 왕자 행세에, 대리혼까지. 유셀의 불안과 달리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 “조용히 지냈으면 좋겠군.” “……예?” “눈에 띄지 말라는 소리다.” 예상치 못한 황녀 에시니아의 냉대와 어쩐지 꼬여만 가는 황궁 생활. 과연 유셀은 황궁에서 잘해 나갈 수 있을까. * * * “왕자님. 장난치지 말고 나오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어 봤지만 돌아오는 거라곤 공허한 침묵뿐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들리는 건 바람 소리뿐.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흔적 따윈 없었고, 왕자의 반짝이는 금발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질 않았다. 유셀은 초조하게 손을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설마. 설마 진짜 도망쳤겠어?’ 미약한 기대를 가지고 어색한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누군가가 왕자를 찾았다는 신호를 보내길 기다렸지만, 잠잠했다. “아니야. 아니겠지. 설마 왕자님께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현실을 외면하려 했다. 작게 속삭이던 유셀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포근하고, 꽃향기도 달콤한데 그는 그 어느 것도 느낄 수 없었다. “……하실 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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