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폐병이 있는 홍류는 사창가에 팔린 형과 건달이 된 동생을 가족으로 두고 근근이 살고 있다. 가난한 홍류는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자신을 사랑해 주는 게 소원이다. 어느 날 홍류가 사는 작은 마을에 통통배 한 척이 나타난다. 폭설이 내리던 날, 홍류는 통통배에서 사는 이안과 만나게 되고 어느새 이안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와 동생의 빚을 갚기 위해서 홍류는 결국 자기 몸을 팔기로 결심한다. 유곽에 입적한 첫날, 홍류는 눈을 가린 채 낯선 남자에게 안긴다. 남자는 이후로도 줄곧 홍류를 지명했고, 홍류는 그 남자에게만 안기는 이상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가린 채 안아주는 남자의 정체가 점점 궁금해 지던 차에 더 큰 위기가 닥쳐온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홍류는 결국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데…. --- 발췌 --- “기침하고 싶어?” 홍류는 끄덕였다. 갑자기 기침이 날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좁은 방 안에서 기침하는 게 두려웠다. 이안이 옮을까 봐, 이안도 폐병쟁이가 될까 봐. 두 손으로 입을 꼭 막고 이마를 찡그리자 이안이 등을 톡톡 두들겨 주었다. “해도 돼. 괜찮아.” 홍류의 눈에 망설임이 배어 있었다. 이안은 등을 두드려 주던 손으로 홍류의 어깨를 살며시 감쌌다. “괜찮아. 네 병은 옮는 게 아니야.” “…….” “만약 옮더라도… 나는 괜찮아.” 홍류의 기침이 터진 것은 그 순간이었다. 콜록, 콜록…! 피를 토하지 않는 게 용할 정도로 격렬한 기침이었다. 홍류의 작은 몸이 이안의 품 안에서 들썩였다. 참아 보려 해도 기침은 자꾸만 터져 나왔다. 어떻게든 참으려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안이 그러지 못하게 했다. 홍류의 두 손을 잡아 내리며 어깨를 쓸어 주었다. 그때였다. 콜록, 콜록…! “아…!” 기어이 피가 나왔다. 이안의 털외투에 피가 흠뻑 묻었다. 점액질이 강해 흘러내리지도 않는 더러운 피가 이안의 옷을 더럽힌다. 홍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두 손을 떨었다. “피, 피가….” 이안이 자기 가슴을 내려다본다. “이안, 피가….” “됐어. 이런 건 빨면 금방 없어져.” “더, 더럽잖아… 더러운데….” 홍류의 손이 이안의 옷깃을 쥐었다. 자기가 토해 낸 피를 손으로 마구 닦으며 홍류는 울었다. “더러워, 더러운 거야.” 이안은 애써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더럽지 않아.” “아니야, 더러워… 옮을 거야…!” “옮는 거 아니라니까?” “더러워…! 이안, 병에 걸릴 거야…!” “괜찮다고…! 병에 걸리더라도 나는 상관없으니까…!” 이안은 홍류의 두 손을 붙잡았다. 홍류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어서 품으로 당겨 끌어안아 주어야 했다. 홍류가 바르작거리며 밀쳤지만 그럴수록 이안은 더 세게 안았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음마저 조용하던 홍류는 없었다. 몸을 벌벌 떨면서 겁에 질린 홍류는 이안을 마구 밀쳐 내고 버둥거렸다. 더럽다고, 병에 걸릴 거라고 울먹이며 어떻게든 이안에게서 도망가려 했다. “그만해! 내가 놓을 줄 알아?!” 이안은 으스러지도록 홍류를 껴안았다. 홍류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팔이 다 오그라들 만큼 거센 힘이었다. 벌벌 떨던 홍류는 그런 이안이 또 무서웠는지 입술을 다문 채 눈물만 뚝뚝 흘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움츠리고 눈을 꼭 감는다. 홍류의 입에서 울음 같은 신음이 새 나왔다. “흐읍….” 이안이 한숨을 삼키며 홍류의 등을 쓸어내렸다. “괜찮아.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피 같은 건 닦아 내면 지워져. 네 병은 옮는 게 아니니까 얼마든지 기침해… 피가 나오면 몇 번이고 내 옷에 토해도 좋아.” “이안….” “울지 마. 피 같은 건 몇 번이고 닦아 줄 테니까….” “미안해….” “네 입에서 나오는 건 더러운 게 하나도 없으니까….” 이안이 다시 바스러지듯 홍류를 껴안았다. 침과 피가 뒤섞인 홍류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여린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이안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홍류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여전히 미안한지, 이안이 병에 걸릴까 봐 걱정스러운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처음 입어 봤을 비단옷도 엉망이 되었다. 화사하게 칠했던 화장이 얼룩덜룩 지워졌다. 신기한 것은, 그런데도 홍류는 이름 그대로 석류 알갱이처럼 시리고 어여뻤다. 이안의 마음을 바짝 조여 버린다.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맹세했던 이안을 복잡하게 한다. 구석진 항구로 도망쳐 온 이안의 영혼을 단 한 번에 사로잡아 버렸다. 다만 이안이 그것을 고백할 입장이 아니었고, 홍류가 그것을 모를 뿐이다. 지켜 줄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지켜야 할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홍류는 알아채지 못했고 이안은 망설였다. “미안해, 이안… 미안해, 잘못했어….” 홍류가 손으로 이안의 옷깃을 닦았다. 닦아도 닦아도 피만 번질 뿐이지만 홍류가 할 수 있는 건 그것이 고작이다. 가는 손가락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손등에 감았던 헝겊이 다 풀려 버렸다. 이안은 한숨을 쉬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얼음장 같은 홍류의 손을 붙잡고 자기 옷자락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작품 정보
〈나를 지켜 주세요〉는 yoyo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리디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비욘드다.
평점은 리디 4.3점(98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