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 하십시오.” “무엇을?” “저를 국서로 들이십시오.” 여왕이 되었지만 모든 실권을 거머쥔 '앨번 아비히 공작'에 의해 평생 허수아비 여왕 취급을 받았던, 레테 아르베이. 결국 난 아비히 공작에 의해 죽었으나, 즉위할 시점으로 회귀했다. 이번 생에서는 반드시, 정적인 그를 죽이리라. 그리 다짐했건만… “공작. 그대는 어떨지 몰라도, 내겐 목숨으로 이 나라를 지킬 수 있다면 그건 무척 싼 값이야.” “그렇다면 더더욱 저와의 결혼을 받아들이셔야겠군요.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제가 폐하의 목을 가져가야 할지도 모르니. 남은 두 선택지는 단 하나뿐. '숨겨진 왕'으로 불리는 아비히 공작과 결혼하든가. 아니면 살해당하든가. 천사 같은 얼굴로 나를 죽이려는 이 정적과 그녀는, 과연 같은 침대를 쓸 수 있을까. “장미와 같다니.” 그 줄을 읽던 앨번이 피식 조소했다. 그건 그 여자를 잘 몰라서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한 손에 쥐면 형체도 없이 뭉개지는 그런 하찮은 꽃과 감히 비교할 수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여왕은 태양이었다. 세상을 밝게 비출 만큼 환하지만, 세상을 태울 수 있을 만큼 뜨겁다. 그는 그런 여왕을 알았다. ‘배신자, 에게 구걸할, 목숨, 필요, 읍, 없어…….’ 죽어가면서도 뜨겁게 분노를 태우던 눈을, 장미 따위에 비견될 수 없을 만큼 붉게 물든 머리를.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며 이 나라를 망가트리던 여왕을. “과연 이번에도 제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으실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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