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뺄 땐 언제고 자존심도 없이 다시 돌아온 이유. 말해.”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조심스럽게 이야길 전했다. “저 사실은…… 만나는 남자 있어요.” “남자라면 애인?” 천도경의 낯이 순식간에 살벌해졌다. 그것이 무서웠지만 난 멈추지 않았다. “……그 사람이 아픈데 병원비가 없어요.” 내가 제 아일 낳아 기르고 있단 사실을 알면 천도경 이 남자가 또 어떤 잔인한 소릴 할지 두려웠다. “그래서 되돌아왔어요. 제 주위엔 전무님만큼 돈 많은 사람이 없으니까.” 쿵쾅쿵쾅 뛰는 심장 고동 소리를 들으며 그를 보았다. 그리고 천도경은…… 웃었다. “하하, 이거 재밌네.” 눈은 전혀 웃고 있질 않았다. 웃음소릴 내며 한쪽 입꼬리도 올렸으나 눈빛만은 여전히 매서웠다. “어쩐지 더 흥분되더라고.” “네?” “오랜만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잖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요.” 천도경이 짙은 눈썹을 무섭게 일그러트렸다. “남의 거여서 그런 거였네. 연은하 네 싸구려 몸뚱이.” 입을 다물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내게 그가 일렀다. “왜 그딴 표정이야. 웃어.” “…….” “기쁠 거 아니야. 돈 필요할 때마다 내주는 호구 새끼가 바로 코앞에 있는데.” 이 남자는 또다시 나를 찍어 누르려 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바닥에서 기는 꼴을 기어코 보고 싶은 거였다. 그걸 알면서도 나를 부르는 단어를 부정하지 못했다. 참고 또 참아야 내 아들이 산다. 바닥에 바짝 엎드려야 돈도 받을 수 있었다. “맞아요.” “…….” “제 값. 양 과장에게 받는 것보단 여기서 더 많이 받을 걸 알아서…… 그래서 온 거예요.” “그래. 잘 찾아왔네.” 그의 손가락이 나를 불렀다. 제게로 오라고 까딱이는 걸 보고서 앞으로 걸었다. 그리고 욕조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돈 얼마나 필요해.” “얼마나 줄 수 있어요?” “네가 하는 거에 달렸지.” 시선을 옮겨 그와 눈을 마주했다. “값은 네가 스스로 정하는 거라고. 내주고 싶어 안달이 난 네 쪽에서.” ……명백한 분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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