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그녀를 만난 건 굵은 비가 내리던 납골당이었다. 묵묵히 바닥에 시선을 둔 그녀는 고스란히 비를 맞고 있었다. “왜 이러고 있어요?” 그는 손에 들고 있는 점퍼를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도 타당한 이유를 댈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의 점퍼를 쓴 채 한참을 있던 그녀가 말했다. “같이 있어줄 수 있나요?” 순간 천둥번개가 치며 그녀의 얼굴이 낱낱이 보였다. 초점 없는 눈동자, 차갑게 식어버린 표정. 그의 심장도 쿵쾅거리며 천둥과 함께 울렸다. 그리고, 그는 차가운 그녀의 육체에 의해 지독한 열독이 걸려버렸다. -본문 중에서- 딸깍. 인기척이 그의 깊은 상념을 깨웠다. 그는 마른세수를 몇 번 하고는 방밖으로 나가려다가 그만 두었다. 순간 그는 여자를 집에 데리고 온 것에 대해 또다시 후회가 일었다. 이번에도 그는 비겁한 선택을 해야 했다. 그녀가 그냥 자발적으로 가주길 바라면서 고집스럽게 창밖에 시선을 두었다. ‘음, 이건?’ 그에게 너무도 익숙한 바디샤워의 향이 코끝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 향은 점점 더 조금씩 강해졌다. 참 기묘한 느낌이었다. 매일 쓰는 자신의 향을 다른 사람에 의해서 맡게 되다니. ‘헙.’ 그의 등에 작은 물체가 닿았다. 추측하건데 그녀의 이마인 듯했다. “안아주세요.” 그녀의 버릇인지도 모르겠다.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필요한 말만 내뱉은 거 말이다. “나 좀 안아주세요.” 가느다란 하얀 두 팔이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는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들어 보드라운 그녀의 팔을 쓰다듬었다. 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녀를 그냥 스쳐지나 갔어야 했다. 그녀를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그녀를 돌려보냈어야 했다. 정말 그는 오늘 아무 것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작품 정보
〈차가운 열독〉은 세라니아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로망띠끄다.
최근 7일(10/22~10/28)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1 늘어 누적 407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