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관계, 이쯤에서 그만두었으면 합니다.” 남자의 약혼 발표식 날, 그가 부른 호텔 룸에서 끝을 고했다. “머리가 나쁜 겁니까, 아니면 둔한 척하는 겁니까. 하던 대로 입 다물고 그냥 올라오면 될 걸.” “…….” “왜 선을 넘지.” 서늘한 시선, 날카로운 비웃음. 10년을 넘게 짝사랑한 오빠이자, 자신의 직장 상사였던 남자는 함께한 시간만큼이나 절 상처 입히는 법을 잘 알았다. “말했을 텐데. 내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든 널 놓을 생각 없다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찰나의 달콤함에 취해 곁에 머무른 탓일까. 그럴수록 주변의 모든 것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마치 과분한 걸 바란 벌을 받듯이. 더 무너지기 전에 이 관계를 끝내야 했다. 그가 놓아주지 않는다면, 제가 떠나는 한이 있더라도. “그건 오빠 생각이고요. 그만 돌아가요. 오빠만 없어져도 나한테 닥칠 불행이 절반은 줄어들 것 같으니까.” 처음으로, 그의 표정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으로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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