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일어나!” “네, 넷!” 여신의 일갈에 로티는 순간 얼굴을 들었지만, 우울한 표정으로 금방 고개를 숙여 버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배짱이 없어서, 잘되지 않았습니다. 모처럼 프로테아 님이 가르쳐 주셨는데…….” “그게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 그 원인을 묻는 거야.” 로티는 조금 생각하다가 말했다. “프로테아 님이 가르쳐 주셨던 방법을 시도하려고 하면 두근거려서 말도 잘 못하게 됐습니다. 머리가 새하얘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아무리 잠이 부족했다곤 해도, 로티도 그렇게 되는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신전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 무리한 명령을 해내는 것은 특기지만, 알케인이 관련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잘되지 않는다. 몸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고, 긴장해서 머리도 잘 돌아가지 않는다. ‘알케인 님에게는 인간을 그렇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으신 걸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로티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친구도 없었고, 양어머니 말고는 말없는 조각만을 상대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신이나 다른 인간과 관련되게 됐으니, 놀라거나 긴장하는 것도 당연했다. 풍만한 가슴 밑으로 팔짱을 끼고, 화내도 아름다운 미의 여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건 당연하지. 사랑하는데 긴장하거나 두근거리지 않을 리가 없잖아. 그래도 상대를 원한다면 마주할 수밖에 없어. 사랑은 전쟁이야!” 사랑이 많은 여신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 꽃처럼 아름다운 용모가 지금만은 전쟁의 여신 같았다. 로티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프로테아를 올려다보았다. 헤이즐넛 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랑, 이요?” “그래! 상대에게 두근대거나 가슴이 괴로워지거나, 떨어지면 외롭고 항상 그 사람이 생각나고! 그게 사랑이야. 설마 아직까지 몰랐어?” 새삼 떠올리지 않아도 프로테아가 말한 증상은 요즘 그녀의 상태와 딱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전 처음에 알케인 님이 껄끄러웠고…….” “껄끄러웠던 상대가 좋아지는 일은 자주 있어! 일상다반사야! 첫인상이 나쁠수록 나중에는 좋아질 수밖에 없거든. 오히려 그런 상대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실은 좋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프로테아의 역설을 듣고, 로티는 멍해지고 말았다. 원래 그녀는 자신이 연애와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프로테아의 사랑 이야기와 그에 따라 일어난 소동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연애가 어떤 것인가 묻는다면 로티는 말문이 막혀 버린다. 그녀가 살았던 신전은 평생을 신의 종으로 사는 신녀들이 모인 곳이다. 로티는 사랑 자체를 접해 본 경험이 너무 없었다. 슬픈 사랑에 괴로워하는 신녀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혼자서 조각을 닦는 일을 기쁨으로 여겼던 로티에게는 너무 먼 얘기였다. “설마 너, 진짜 정말로 조금도 깨닫지 못했던 거야?” 로티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 모습은 먹이를 입에 가득 넣은 작은 동물 같았다. 프로테아는 머리를 감싸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미간에 새겨진 주름은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설마 이런 아이가 아직 지상에 있었다니……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차라리 잘못됐으면 좋겠다.” 투덜투덜 중얼거리는 여신의 모습에 로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신녀님들은 모두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시고, 저만 그런 게 아닌데요.” “그럴 리가 없잖아! 그 아이들도 몰래 훈남 기사에게 정신이 팔려 있어. 한밤중에 남들 눈을 피해서 내 예배당에 자주 기도하러 오는걸.” “설마요.” “설마고 자시고, 가끔 밀회 장소로 쓰는 바보도 있을 정도야. 뭐, 나로서는 땡큐지만.” 신녀들이 그렇게 간단히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 로티는 이번에야말로 말을 잃었다. 신전은 규율이 엄격하고, 그것을 깬 자는 엄중하게 처벌받는다는 규칙이 있다. 그런데 지금 프로테아의 발언은 그런 로티의 인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신전의 규칙에 따라 온 로티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진실이었다.
작품 정보
〈정령왕님, 빙의할 사람을 틀리셨습니다〉는 니토 아카네·카시와 텐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슈가 노블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4 늘어 누적 698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