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낡아 빠진 앞치마, 수명을 다한 붓, 굳은 물감. 갈라진 틈 사이로 물감이 스며들어 잔뜩 때 탄 손톱, 원래부터 그랬던 것 같은 얼룩덜룩한 손가락. 아등바등 살아가는 너와 달리 나는 무쓸모한 존재였다. “우리 헤어질까.” 너는 나를 버틸 수 없었고 나는 너를 붙잡아 둘 용기가 없었다. 술의 용기를 빌린 어느 늦봄, 너를 그리게 될 걸 알면서도 이별을 통보했다. * * * “형은 지금도 도망만 가네.” “…….” 생각의 틈을 깨고 들어오는 목소리에 의미 없이 딱딱한 바닥을 후비던 발장난이 뚝 그쳤다. 뒤를 돌아볼 자신이 없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얗게 변한 머릿속을 이리저리 굴리던 사이 제 시야가 가로막혔다. 저도 모르게 벌벌 떨리고 있던 손을 꽉 그러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도 정신이 차려지질 않았다. “지금까지 들은 말 ‘쏘리’랑 ‘죄송해요’뿐인데. 사과 말고 인사라도 해 주죠.” “아… 오랜만…이네.” “그러게요. 좀 많이 오랜만이다.” 작게 웃는지 아닌지 모를 실소를 터트린 그 애는 여전히 땅만 보고 있는 제 곁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옆에 섰다. 이내 짧게 딸각이는 소리가 나고 매캐한 냄새가 퍼졌다. 바뀐 게 하나도 없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 보다. 매끈한 로퍼 옆에 나란히 선 운동화가 괜히 지저분해 보여 조금 뒤로 발걸음을 물렸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는 저와 달리 그 애는 덤덤했다. 연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그 애는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세 달 전이었나. “누나가 그러더라고요. 차정안을 되게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서 자기가 데려왔다고.” “…….” “그림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는데 차정안 이름 붙은 것만 기가 막히게 잘 보고 찾는다더라고.” “…….” “그거 듣는데 형 생각나긴 했다? 솔직히 미술을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나만 알아요. 한국에서 활동도 안 하는 인간을.” 그 말에 조금 안심을 했다. 나 혼자만 네 생각을 한 게 아니라는, 그 이기적인 생각에. “근데 그러면 안 되잖아요. 혼자 병신이라 생각하고 치웠어. 그림엔 일절 연관도 없는 사람을 이딴 데서 또 생각하고 있는 게 너무 좆같아 가지고.” “…….” “그러다가 이번에 출장 같이 온다길래, 궁금해서 와 봤어요. 대체 누구인가 싶어서.” “…….” “근데 형이 있네요.”
작품 정보
〈온 더 프레임〉은 김어거스트 작가의 BL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글로번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1 늘어 누적 648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