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남자와 여자가 맺어질 때 뭘 하는지 알아?” “겨, 결합하는 거지?” “…….” 불현듯 찾아온 침묵에 그렇게 이상한 소릴 했나 싶어 불안해졌다. 페르난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살피고 싶었지만, 얼굴을 숨긴 손을 치울 수는 없었다. 아리스티나가 페르난을 본다는 것은 즉, 그가 자신을 보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색기가 전혀 없잖아. 그 정도로 처음인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웃으면서 핥지 말았으면 했다. 호흡이 간지러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아리스티나의 긴장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그녀의 몸에 올라탄 페르난의 한 손이 다리로 내려가더니 더듬더듬 옷자락 속으로 파고들었다. 허벅지를 슥 어루만지자 아리스티나는 숨을 멈췄다. 긴장한 나머지 점점 경직됐다. 곧게 뻗은 발끝이 그걸 증명했다. 페르난은 아리스티나의 몸을 놓아주나 싶더니 나이트웨어 자락을 배 부근까지 크게 들추어 올렸다. 속옷이 없으니 바로 다리 사이의 수풀도 보일 테고, 힘이 들어가 뻣뻣한 다리를 단단히 오므리고 있는 것도 보일 터였다. 너무 부끄러웠다. 두려움도 치솟아 이가 딱딱 올릴 정도로 떨렸다. 얼마나 그대로 있었을까. 정적 속에서 페르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무도 발을 들인 적 없는 눈밭을 보는 기분이군. ……아름다워.” 나이트웨어가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때 한 번 더 목소리가 들렸다. “떨고 있는 토끼를 물어뜯을 정도로 굶주리지 않았어. 아리스가 조금 더 안 떨게 되면 오늘 밤 하다 만 것을 마저 하도록 하지. 잘 자.” 기척이 바닥에 깔린 카펫 위를 걸어 멀어져 갔다. 이윽고 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슬쩍 눈가에서 손을 내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이미 아무도 없었다. 아리스티나는 상반신을 일으켰다. 침대 옆 사이드테이블 위에 그녀의 안경이 놓여 있었다. 그 안경을 들고 가슴 앞으로 가져와 두 손으로 꼭 붙잡았다.
작품 정보
〈사신백작과 부루퉁한 신부〉는 shri·시라이시 마토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슈가 노블이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6 늘어 누적 653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