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물 로판 <성녀의 감금 생활>의 여주로 빙의했다. 하지만 탈출을 고민하는 건 하수. 난 누구보다 빠르게 남주에게 고백해서 ‘자발적 황제 감금’을 노린다. “오늘 저를 데려가셔도 좋아요.” “저에게 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우린 방금 만났을 뿐인데.” “음, 그냥 누구에게나 로망이 있잖아요. 전 잘생긴 남자한테 잡혀가서 사랑받는 게 로망이에요.” “좋습니다. 나랑 같이 갑시다.” 좋아, 계획대로 되고 있…… 어라? 머리 색이 왜 바뀌나요. 저 지금 누구한테 감금해달라고 한 거예요? * 알레스토는 곧바로 눈치챘다. 성녀가 로망 어쩌고 하면서 따라가려고 했던 남자는 자신이 아니라, 저기 있는 저 남자였다고. 충분히 의심스러운 게, 성녀의 시선은 남자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고, 눈망울도 촉촉해졌다. ‘안 되지.’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 그는 걸음을 옮겨 성녀의 시야에서 남자를 차단했다. 그러자 그녀는 꼬리 밟힌 강아지처럼 깜짝 놀라 자신을 올려다봤다. 동그란 눈코입과 축 처진 눈꼬리가 어찌나 애처로운지. ‘이제 와선 불쌍한 표정을 지어도 소용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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