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검은 종달새 갑옷을 입고 있었다는구나.” 천대받고 멸시받으면서도 행복했던 가족이 단숨에 풍비박산 났다. 황제의 명에 따라 사람들을 도륙하고, 저택을 불태워 버린 한 용병으로 인해서. “복수는 네가 해야 하지 않겠어, 아네타?” 아네타는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복수를 실행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도구로 쓰이고 버려졌다. 분명 그렇게…….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충고 하나 할까.” “…….” “남을 찔렀으면. 자신도 찔릴 각오를 했어야지.” 아네타가 찔렀던 그 남자. 그녀의 원수가 되돌아와 손을 내밀었다. * * * 그녀의 몸을 별다른 힘도 들이지 않고 번쩍 들어 올린 세드릭이 제 몸을 바싹 붙여 왔다. 그녀를 절로 놀라게 할 정도로 홧홧하고 단단한 것이, 아래를 당장이라도 꿰뚫을 듯이 찔러왔다. 그 순간에 아네타는 깨달았다. ‘찔릴, 각오라는 게…….’ 다른 의미의 찔릴 각오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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