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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품 소개

‘사랑해.’ 행복한 숨결이 심장언저리를 간지럽혔다. 그녀의 입가에 즐거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그는 멈추지 않았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또다시 시작됐다. 얼굴과 목덜미가 땀범벅이 되어 눈을 떴다. 그녀는 이마에 잔뜩 인상을 쓰며 침대에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여지없이 온 몸 전체가 누군가에게 흠뻑 맞은 듯 쑤셔왔다. “하아…….” 땀처럼 끈적거리는 깊은 신음이 내뱉어졌다. 겨울이 끝나가는 무렵이면 늘 약속이나 한 듯이 밤마다 그 사람이 찾아왔다. 아름답고 황홀한 꿈이건만 이제 그녀에겐 악몽이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목숨만큼 사랑했던 남자에게 그녀가 악몽이 되어버린 까닭이었다. 다시는 절대 꾸지 말아야할 꿈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또 꾸어지는 꿈이다. 내 심장엔 흔적이 있다. 주홍글씨처럼 너무나 강하고 짙어서 도저히 지워낼 수 없는 그의 흔적이 박혀있다. -본문 중에서 중환자실 앞에 마련된 가족실에는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엄숙한 분위기였다. 그곳에 바람 빠진 풍선 인형처럼 쭈그리고 앉아 있는 그녀가 있었다. 세상 모든 무거운 짐은 다 짊어지고 있는 모습 같았다. 차라리 과거의 그때처럼 뻔뻔하고 가증스러웠다면 그저 무시하면 그뿐일 텐데. 그러나 그녀를 다시 만난 그날부터 지금껏 자꾸 그의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 욱신거렸다. 강욱은 두 다리가 바닥에 박힌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이정화, 날 봐. 그렇게 불쌍한 듯 앉아 있지 말고 당당하게 나를 보라고.’ 순간 그녀의 얼굴이 돌려지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말간 검은 두 눈동자에 그는 큰 숨을 들이마셔야 했다. “여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어느덧 그의 앞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는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따라와.” “네?” 그는 되묻는 그녀를 무시한 채 병원 밖으로 발걸음을 했다. 한적한 곳에 다다르자 그는 그녀와 처음 만났던 아련한 기억이 솟아올랐다. 어이없게도 한눈에 반해버렸지만 차마 연락처를 물어볼 수 없었던 허접한 기억이었다. “잘 되었네요. 저도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이번엔 강욱이 당황했다. 며칠전만해도 자신 앞에서 벌벌 떨며 서있었던 이정화는 진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이 여자의 본 모습을 조금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시선을 바닥에 내리깐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저 회사 그만 두지 못해요.” “뭐라고?” “정 제가 보기 싫으시면 해고해주세요.” 일사천리로 마치 연습이나 한 것처럼 우르르 속내를 쏟아내는 그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개 들어.” 스스로도 이유를 찾아낼 수 없었다. 그냥 지금은 그녀의 눈을 보고 싶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녀가 서서히 시선을 들어올렸다. ‘넌 그런 뻔뻔한 말을 진실된 눈빛으로 하는 구나.’ 두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허무했다. 이미 자신의 아름다운 사랑이 흙빛으로 변해버렸음을 진즉에 알고 있으면서 믿고 싶지 않았었나 보다. 자존심이었을까? “그러니까 칼자루는 나보고 쥐어라?” “…….” 갑자기 그의 깊은 곳에서 비틀어진 오기가 샘솟았다. 이대로 그냥 보내기엔 악연처럼 다시 만난 우연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이유도 없는 해고는 모양새가 조금 그렇지. 부임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데 말이야. 가만 생각해보니 이대로 내가 참아줄 수도 있을 것 같아.” “네에?” “그때처럼 몸이라도 내던질 거면……. 어때?” 그녀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어졌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는 한쪽 입술을 올리며 다시 비아냥거렸다. “나도 뭘 좀 얻어야하지 않겠어?” 한껏 그녀의 자존심을 짓밟고 싶었다. 그래서 버려진 그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숨이 가빠질 만큼 심장이 고통스러운 걸까? 순간 그는 무참하게도 깨달아버렸다. 그저 그녀를 다시 만났기에 과거의 망령에 허우적거린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사랑스런 얼굴을, 그녀의 달아오른 육체를 7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원하고 있음을 스스로 그간 모른 척했던 것뿐이었다.

작품 정보

〈짙은 흔적〉은 세라니아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미스터블루에서 볼 수 있는 완결작이며 출판사는 로망띠끄다.

최근 7일(10/22~10/28) 조회수는 미스터블루 2 늘어 누적 62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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