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멀지 않은 미래에 아이를 가지게 될 모양이다.’ 백인하는 인간의 탈을 쓴 범이었다. 인간들 틈바구니에 숨어 산 지는 백 년. 천안통을 가진 그녀는 요즘, 부쩍 새끼 호랑이 두 마리를 품에 안는 꿈을 꾼다. 태몽임을 예감한 인하는 생애 최초로 번식기를 지내기로 한다. 즉, 임신을 결심한 것! ‘으음, 그리하자면 수놈을 구해야겠지. 기왕지사 튼튼하고 실한 놈으로.’ 때마침 알게 된 ‘짐승 전문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급히 만든 선자리에는 새하얀 머리칼에 푸른 눈, 매력적인 갈색 피부의 이국적인 장신 미남이 등장하고. “모한 칸입니다. 인도에서 왔습니다. 벵갈 종입니다.” 연식만큼이나 보수적인 인하는 외래종의 등장에 이마를 짚으면서도 일단 나이를 묻는다. 모한은 고민하더니 두 앞발, 아니 손으로 2와 5를 각각 표시해 보였다. “뭡니까? 오십이…… 쉰두 살이요?” 제 반토막짜리 나이에 인하가 아연실색하는데, 그가 갸웃하며 번역기 어플을 켰다. 모한의 낮고 그윽한 목소리는 곧 맑고 고운 여성의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스물다섯 살.] ‘어이쿠! 이놈들이 미쳤나! 이 시뻘건 핏덩이와 뭘 하라고?!’ 눈앞이 하얘진 인하는 의자의 팔걸이를 꽉, 하고 움켜잡는데……! 역대급 연상연하 국제짐승 커플의 좌충우돌 임신 로맨스, <범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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