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의 배경은 가상의 국가이며, 용어와 계급 등은 조선시대에서 차용하였으나 인물 및 사건은 사실과 차이가 있습니다. 험준한 산봉우리, 눈처럼 새하얀 머리 탓에 할망이라 불리며 사람들과 동떨어져 살아가는 사내 ‘설영’. 어느 여름날 그는 자신의 초가집에 나타난 커다란 호랑이 ‘범’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하나 엉엉 울며 빈 덕에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다. 한데 그날 이후 이상하게 이 범이라는 짐승이 매일 같이 설영의 초가에 들락거리는데. “이봐, 팥죽은.” 그놈의 팥죽을 핑계로 곁에 붙어 앉지를 않나, 대뜸 끌어안지를 않나. 어영부영 설영의 집 안방까지 기어들어온 범은 이불 속에 들어앉아 밤이고 낮이고 하얀 몸을 물고 빤다. “어찌 할까, 너를.” “……그렇게 이 몸이, 마음에 드오?” 하지만 이젠 정말 한계다. 더 하다간 정말 죽을 것이다. “……잡아먹는다고 해놓구선.” “농이 아니다. 정녕 잡아먹을 것이야. 하니, 마음 놓지 말게.” 늘 혼자였던 외로운 삶, 언제까지고 이리 평안하면 좋으련만. “할망, 그 소문 들었는가? 밤마다 처녀를 물어가고, 가축들을 죄 죽이는 범 새끼를 새 사또가 기어이 잡아 족칠 거라 하더군.” 일순간 설영의 잔잔한 마음에 눈보라가 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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