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우연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깨진 화병 조각 위에서도 상쾌한 인사를 하던 남자. 고마운 마음에 꽃 한 송이를 건넨 것은 충동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검은 정장 위로 선명하게 남은 노란 꽃처럼 한 번 본 그 사람을 좀처럼 잊지 못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처음은 필연이었다. “꽃 드릴까요?” 이미 만난 적 있으면서도 초면의 손님 대하듯 말을 건네던 여자. 의도적 접근인지 파악해야 하니 똑같이 모른 척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꽃을 말할 때면 말수가 확 늘어나는 모습처럼 상냥한 배려를 자연스럽게 하는 그 마음이 깊게 와 닿은 것도, 필연이었다. 말수가 적은 그녀를 수다쟁이로 만드는 그. 달변가인 그를 침묵하게 만드는 그녀. 두 사람이 만난 다음은 사랑이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라온’ 이거 뜻이 뭡니까?” “‘즐거운’이라는 뜻이에요.” 모퉁이를 돌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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