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마지막으로 물어. 인장은?” 사냥꾼, 피의 주인, 붉은 요괴. 이매를 칭하는 말들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남자, 이도훈. 이매족의 차기 수장으로 그들의 정점에 서게 될 남자는 12년이나 찾아 헤맨 호(狐)족 고은우를 제 공간에 가둔 채 서서히 압박하기 시작한다. “인간세계에선 그런 걸 범죄라고 해.” 인간들 사이에서 평탄한 삶을 살아왔으나 한순간의 실수로 폭풍의 중심에 서게 된 여자, 고은우. 이매 앞에서 능력을 사용해 정체를 들켜 버린 그녀는 도무지 틈을 보이지 않는 도훈에게서 달아날 궁리만 하는데……. “여우야. 머리 굴리지 마. 도망치면 한 달이고 뭐고, 넌 내 손에 죽어.” 포식자와 피식자. 시작점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일방적인 힘의 차이. 과연 이 관계는 동등해질 수 있을까. (2권) “안정화 끝나면 좀 더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겠지. 네가 날 밀어내지 못하는 게, 인장 때문인지 아닌지.” 은우가 제 마음에 대한 답을 망설이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인장이 흐릿한 만큼 안정화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굳이 답을 듣는 일을 서두르지도 않았다. “너 사실대로 말해 봐. 내가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있지?” 도훈은 은우의 손등을 느릿하게 매만지며 생각했다. 이 마음 약한 여우가 제 감정을 받아 준다면 좋겠다고. 만일 거절한다 해도 이 저주받은 인장 때문에 제 곁을 떠날 수 없겠지만. “물론 그 전에 답이 나온다면 먼저 말해 줘도 괜찮아.” 열여덟 이후 매년 그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던 인장은 은우를 그의 곁에 데려다주고, 떠나지 못하게 묶어 두기까지 했다. 도훈은 처음으로 제 손등의 인장이 나쁘지 않다 여겼다. 아니, 고맙기까지 했다. 참으로 간사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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