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엔딩으로 인터넷을 불태운 어느 소설 엑스트라에 빙의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달아 버렸다. 주인공이 흑화해서 나라를 다 멸망시키고 엔딩이 났다면 믿겠는가? 그럼 그 흑화의 이유가 친한 소꿉친구의 죽음이라는 것도 믿어지는가? 그렇다면 소꿉친구 죽음의 이유라는 게 과로사라는 것도 믿을 수 있겠는가? 이게 모두 다 한 소설에서 나온 엔딩이었다. 그리고 훗날 죽는 엑스트라 블렌에 빙의한 나는 결심한다. 망한 엔딩을 다시 쓰자고. 주인공이 흑화하지 못하도록 그 소꿉친구의 죽음을 막자고 말이다. 그래서 블렌은 황궁 마력부 대신인 그의 보좌관을 자처해 어떻게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문서 정리를 이따위로밖에 못 할 거면 그 머리는 대체 왜 들고 다니지? 무겁기만 하지 않나?” 하지만 문제는 그 소꿉친구가 엄청난 워커홀릭에 입에 칼을 물었다고 유명한 냉혈인이었다. 그렇게 망할 상사를 향한 욕을 오늘도 속으로 곱씹으며 버틴 덕분에 블렌은 소꿉친구의 죽음을 막는 데 성공한다. 이제 슬슬 일을 그만두고 떠나려고 하지만, “왜 안 주무세요? 제가 양질의 수면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리고 내일은 꼭 제 사직서 처리해 주세요.” “…옆이 허전해서 잠이 안 오는군.” “네?” “할 일 없으면 네가 누워 보든지.” 그런데 대체 왜 사직서를 처리 안 해 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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