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절친에게 배신당하고 비참하게 소멸한 대천사 아리엘라. 그런데 다시 눈을 뜨니 여기는 그토록 혐오하던 마계 게헤나였다. 그것도 몽마가 우글거리는 마왕성. “내가 마왕의 세 번째 정부 릴리트라고?” 거기다 하필 무능하고 미움받는 세 번째 정부로 빙의하다니. 그 정부라면 모두가 조롱하는 비운의 여자 아니었던가! “머리를 다치더니 수작질을 하는구나.” 그런데 왜 오만하고 저열한 마왕이 자꾸 관심을 갖고, “제기랄! 당신과 금지된 사랑이 하고 싶다고!” 태도가 바뀐 전 애인은 구차하게 들이대고, “그냥, 나랑 여기에 남는 건 어때?” 교활한 사역마가 눈물마저 짓는, 관심과 파격의 연속인 거지? 이 하나같이 악랄한 사내들은 물론, 마계 게헤나의 삶은 고역의 연속. 지독한 악의 심판은 정의와 완전 순수의 상징인 나에게 견딜 수 없는 부조리 그 자체다. “릴리트 님. 얘 어찌할까요?” “글쎄.” “불에 담금질할까요?” “이깟 일로? 가, 감금은 어때?” “아! 역시! 영혼을 완전히 말살시키는 무저갱이 제격이죠!” 빌어먹을. 별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안의 정의를 완전히 파괴하고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했다. 악독하고 헤픈 릴리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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