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종잡을 수 없는 남자였다. 한때는 긍지 있는 후작가 영애였으나, 이제는 전부 잃은 마틸다 그레이. 공작가 하녀로 팔려오게 된 그녀 앞에, 위험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녀의 주인. 아름답고 오만한 남자. 바이네르 공작가의 젊은 공작. “왜 이러시냐고 여쭤보면 대답해 주실 건가요?” “글쎄, 마틸다.” 루시앙 바이네르. 그의 푸른 눈에 자신이 비치는 순간, 마틸다는 그만 얼고 말았다. “재밌거든, 네가 이러면.” *** “가자.” 루시앙이 마틸다에게 팔을 내밀었지만, 마틸다는 서 있기도 버거운지 휘청거렸다. 정말 여러 가지로 귀찮게 하는 하녀님이시지. 깊은 한숨을 내쉰 루시앙은 주저 없이 마틸다를 안아 올렸다. “내려 주세요. 제가 걷겠습니다.” “합당한 대우를 해드리는 겁니다, 귀족 하녀님.” 귀족 하녀님. 제 입에서 나온 호칭에, 루시앙은 다시 픽 웃음을 흘렸다. 제 처지를 잘 알아 하녀 일까지 자처했으면서도, 자존심 하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여자. 공존할 수 없는, 여름과 겨울을 한데 섞어놓은 듯한 여자. “어릴 땐 거의 땅을 못 밟아보고 크셨을 것 같은데, 아닙니까?” 이 여자에 대한 흥미가 과연 언제까지 갈까. 몸부림치던 여자가 갑자기 힘이 빠진 듯이 그의 어깨에 기대 왔다. 그러자 더욱 짙게 느껴지는 붓꽃 향기에, 루시앙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머리가 아득해진 탓에 아랫입술을 연신 깨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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