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먼 후작 가문에 고용된 새 피아노 교사는 볼품없었다. 내세울 점이라곤 지방에 있는 대학교를 수석 졸업한 것 하나였으며, 더러운 빈민가에 살고, 낡은 가방과 촌스러운 모자를 좋아했다. 그러니 조카의 일이 아니었다면 평생 마주치지 않았을 그런 여자와의 관계는 딱 여기까지가 적당했는데. 에드가 리트먼은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손에 끼워져 있는 낡은 결혼반지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나를 설득해 봐요.” “네?” “당신의 모든 것이 의심 가기 시작했거든, 내가.” 까탈스러운 조카의 마음을 유일하게 얻어낸 선생님이자, 어설픈 유부녀 행세를 하던 여인. 제 잘못이 아닌 일로 불륜녀라 낙인찍혀도, 미련스럽게 홀로 견디던 여인. 로즈 글레이더는 에드가 리트먼에게 있어 고작 그런 존재였기에. 당시의 그는 알지 못했다. “지금, 당신에게 입 맞추고 싶다는 소리인데.” “……!” “다른 설명이 더 필요합니까.” 단단했던 그의 세상에, 이토록 치명적인 균열이 생길 거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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