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결혼에 사랑 따윈 없어." 그러니 널 사랑할 일도 결코 없을 거라던 남자는 오만했고, 무정했다. 감정 없는 관계 속에 도건이 원하는 것은 명확했다. "오직 나를 위해서만 춤출 수 있겠어요?"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윤희의 발레를 본 순간부터 마른 갈증이 수시로 그를 찾아왔다. 그녀가 보란 듯이 복귀 무대를 완벽히 선보인 날. 떨리는 눈을 하고서 물었다. “그럼 저……이 결혼반지 빼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너는 알까. 그 말을 뱉는 순간, 네 손이 아닌 목에 족쇄를 채우고 싶었다는 것을. 그렇게 영영 내 곁에서 오직 나를 위한 무대를, 춤을 추게 하고 싶었다는 것을. “너도 내가 신경 쓰이잖아.” “…….” “네 머릿속에 자꾸 내가 맴돌잖아.”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적시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윤희는 신께 간절히 빌었다. 제발. 이 남자를 미워하게 해달라고.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도건에게서 전과 같은 뜨거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스웠겠어. 이따위 같잖은 연극에 놀아난 날 보면서.” 한 없이 차갑기만 한 남자가 윤희의 가느다란 목을 움켜쥐며 단언했다. “어쩌지? 난 널 죽을 때까지 놓아줄 생각이 없는데.” 연극이 끝난 후에야 깨달았다. 아……. 신은 날 버리셨구나. 완벽한 단죄였다. (15금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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