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에스퍼를 싫어했다. 남의 몸을 탐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끔찍했으니까. 그들을 위해서 가이드들이 몸을 내줘야 한다는 게 혐오스러웠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가이드로 발현된 날은, 그야말로 내 인생 최악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나연, 넌 내가 가이딩 한 번 받으려고 안달하는 게 좋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매정할 리가 없어.” “하아, 존나 좋아……. 여기에서 죽어도 좋을 만큼.” 그래서 내가 문시현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던 건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나를 얼마나 원하고, 갈구하든……. 어차피 그게 사랑은 아니니까. 그런데 왜……. “시발, 네가 어떻게 이래!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고!” “정나연, 내가 널……! 널 얼마나 원했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 문시현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울부짖었다. 나는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너에게 필요한 건 그저 가이딩을 채워줄 가이드일 뿐일 텐데.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대단한 능력의 가이드가 아니고, 지금 네 옆에는 나보다 훨씬 더 강한 가이드가 있는데. “이제 절대 안 놔줘. 내가 말했지? 너는 웃어도 내 앞에서만 웃고, 울어도 내 앞에서만 울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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