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형 묘] 이제 세상에는 없는 효정의 전남편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마치 저 때문에 모든 걸 망친 것 같은 죄책감에 괴로웠다. “죽은 전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라…. 그리 좋은 그림은 아닙니다만.” 효정은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돌렸다. 미국에 있을 무진이 한국에 있었다. “지금 남편은 여기에 있는데.” 그가 설핏, 미소를 흘리는데 심장이 아릿했다.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당신, 왜 이렇게 잔인해요.” “잔인이라, 그건 내가 할 말인데.” 그가 효정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저보다 더 분노한 눈으로 효정을 쏘아봤다. “내가, 할 말이라고.” “당신이…. 그렇게 몰아세우지만 않았어도 그 사람은…그 사람은….” 효정은 원망 가득한 눈으로 그를 쏘아봤다. 그가 어떻게든 상처받길 바라며 온갖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효정이 토해내듯 뱉어낸 말은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화악- 몸에 딸려 가고 곧이어 닿을 듯 말 듯 입술이 가깝게 왔다. “난 지금 기분이 아주 엿같아. 내 아내가 전남편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니 눈이 돌기 직전이라고.” 아득, 그가 이를 꽉 깨무는 소리가 들렸다. 짜릿함이 온몸으로 퍼졌다. “…….” “내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당신 이 작은 머리통을 들여다보고도 싶어졌고.” “무슨….” 효정은 움찔, 몸이 굳었다. “궁금하지 않나? 내가 어쩌다가 괴물이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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