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군인 할 생각 없는데요….” “가족들을 다 죽여 줄까? 그러면 말을 좀 들으려나?” 간밤에 푼돈이라도 벌자고 나갔다 마주친 미치광이 살인귀가, 오늘은 말끔한 모습의 ‘김하윤 대위’로 나타나 군 입대 서류를 들이밀며 협박하고 나섰다. 입막음하려 부른 줄 알았는데 대뜸 제 밑으로 들어오라니. “네가 말만 잘 들으면, 가족 전부 배부르게 살 수 있어.” 위험한 놈이라고, 엮여서 좋을 게 없다고 본능이 경고했지만, 하루하루 궁핍해져만 가는 삶에 그의 달콤한 제안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B 구역 출신 잡종에게는 뭐 하나 순탄한 게 없는 군 생활. 빨리 퇴출당해서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환하게 웃던 동생들과 성공적으로 심장 수술을 마친 양아버지를 생각하니 자신이 무얼 해야 할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약속대로 분에 넘치는 것들을 해 준 김하윤에게 이쯤 되니 진심으로 궁금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나였는지. 하지만 잊어선 안 됐다. “세상에 공짜는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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