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침입에, 눈 돌릴 예의도 없고.” 비어 있어야 할 스위트룸에 옷을 입고 있지 않은 남자가 서 있었다. 낮고 건조한 목소리에 그녀는 놀라 쓰러질 것 같았다. ‘… 태강헌 선생님…?’ 열아홉의 유영은, 첫사랑이었던 과학 선생님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꽃꽂이를 하기 위해 한성 호텔로 간 그날, 매니저의 실수로 키가 바뀌며 그가 있는 방에서 그녀는 드디어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태강헌을 만났다. “애인인 척 좀 해 줘. 홍유영.” 자신을 기억 못 하는 줄 알았는데, 애인인 척까지 하게 되다니. “나에게 필요한 건 애인이 아니라 아내야. 다만 내 조건에 맞춰 줄 수 있는 사람하고 할 생각이야.” “선생님 조건이 뭔데요?” “내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을 사람. 남편의 의무를 요구하지 않을 사람. 언제든 헤어져 줄 사람. 이 세 가지 조건에 동의할 사람과 결혼할 생각이야. 물론 다른 것도 있지만.” 사랑해야 결혼하는 줄 아는 유영에게는 말 같지도 않은 조건이었지만 그를 갖고 싶었다. 자신을 불량 학생에게 구해 주고 유유히 학교로 들어가던 그 선생님을. “그럼, 나하고 해요. 그 세 가지 조건 받아들일게요.” 그렇게 시작한 시한부 결혼 생활. 유영은 그에게 단 한 송이의 유일한 꽃이 되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질 각오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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