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여인은 황금대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발을 비단옷을 걸쳐 입은 뭇 여인들을 뇌새시킬 듯한 준수한 미공자가 숭배하듯 두 손으로 떠받든 채 유리 만지듯 정성스레 씻기고 있었다. "으음.." 간지러웠는지 여인이 비음을 흘렸다. 그녀의 얼굴은 미녀라 할 정도로 아름답진 않았다. 하지만 피부가 희고 이목구비가 작아, 볼수록 빠져드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놀랍게도 시비였다. "무척 발을 잘씻기시네요. 호호. 정말 처음하는게 맞으세요?" 두 발을 내맡긴 채 비웃듯이 말하는 시비의 모욕적인 발언에 비단옷을 입은 미공자가 붉어진 얼굴을 감추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이다." "그런것 치고 소녀의 발을 너무 뚫어지게 바라보세요. 부끄러워요." 시비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중원에서 외간여인의 발목을 쳐다보는건 파렴치한 짓에 속했다. 미공자의 얼굴이 더욱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시비가 사내의 얼굴 가까이로 발을 가져다 대며 짓궂게 말했다. "고개 들어요. 소교주님. 잘생긴 얼굴이 안 보이시잖아요." 소교주? 지금 노예처럼 시비의 발을 씻기는 사내가 정녕 소교주란 말인가? 당금 무림천하에서 소교주라 불릴 수 있는 인물은 오직 하나. 마도제일세이자, 무림제일세인 천마신교의 후계자 패천마룡(覇天魔龍)천룡진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사내가 정말 천룡진이란 말인가? 그것은 이어진 여인의 말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면 한낫 시비에게 천하의 패천마룡께선 존안을 보여 주실 수 없다 이건가요?"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 댄 채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천룡진이 붉어진 얼굴을 억지로 들어올렸다. "아니란 걸 잘 알잖느냐!" 화를 내는 모습이 흡사 충실한 개 같아 보이자, 그녀가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핫!" 고개까지 뒤로 젖힌 채 한참을 웃던 그녀가 여전히 웃음기가 남은 얼굴로 천룡진의 양 볼을 감싸쥐었다. 그녀가 그의 얼굴에 제 얼굴을 바짝 들이대곤, 그의 두 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눈에서 붉으스름한 기운이 언뜻 내비쳤다. 서로의 숨결이 와 닿자, 천룡진이 당황했다. "왜..왜 이러느냐." 눈을 마주치기가 부담스러웠는지, 그가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왜 눈을 피하죠? 제가 싫으신 건가요?" 그 말에 천룡진이 억지로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의 눈동자가 수치를 담고 흔들렸다. '아!'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절경이다. 살아생전 교주를 제외하곤 그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어 본 적 없는 고귀한 존재가 빨개진 얼굴로 하찮은 시비에 불과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평소의 패도적이고 강인해 소천마라 불리는 그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라, 그녀가 교소를 터트렸다. "아하! 아하하하!" "뭐가 그리 우습느냐?" 자존심이 상한 천룡진이 노려보자 시비, 설란이 웃음을 그쳤다. "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소교주님이 너무 귀여워서 그랬어요." "...뭐?" 천룡진이 멍해진 얼굴로 입을 벌렸다. 차갑다거나 사내답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귀엽다는 말은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그 어벙한 모습이 퍽 먹음직스러웠던지, 설란이 천룡진의 붉어진 귓볼을 잘근 씹었다. "으읏! 무,무슨 짓.." 오른 귀가 성감대라던 말이 사실이었는지, 파르르 떨며 움직이지 못하는 천룡진의 모습에 달아오른 설란이 그의 양 유두를 잡고 비틀었다. "아아아.. 그..그만! 아흑!" 여인, 그것도 한낫 종년에게 당하는게 수치스러웠는지 천룡진이 입술을 피가 나도록 씹어 물었다. 그리고 그게 설란을 자극해버렸다. 그녀가 저도 모르게 유두를 강하게 비틀었다. "악!" 강한 자극에 천룡진이 고개를 뒤로 젖히려 하자, 설란이 한 손으로 젖혀지려는 그의 뒷목을 붙잡았다. "으음.." 그녀는 여전히 한쪽 유두를 강하게 비틀며, 그의 귓볼을 물고, 핥았다. 천룡진의 아랫도리가 주인의 의지를 배반하고 크게 부풀어 올랐다. 뚝! 그걸 느낀 설란이 하던 걸 멈추고 그의 얼굴을 마주 바라봤다. "하아.. 하아.." 달뜬 숨을 흘리는 천룡진의 눈은 반쯤 녹아내려, 풀려 있었다. "그만하시라니 어쩔 수 없네요." 그녀가 굽혔던 허리를 폈다. 이런건 아쉬워 할 때 멈춰 주어야 했다. "아!" 과연, 생각처럼 천룡진이 아쉬운 탄성을 내뱉었다. '잘 되고 있어.' 그 모습에 설란이 속으로 미소지었다. 요람섭혼공이 조금씩 패천마룡 천룡진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화경에 접어든 그의 고강한 무위 탓에 아직 완전한 지배는 못 이루고 있지만, 이 상태로 두 달만 지나면 그는 자신의 완전한 몸종이 될 거다. '저런 고귀한 분이 내 노예가 된단 말이지..' 권력이라면 권력, 힘이라면 힘. 외모는 또 어떤가. 사내답게 선이 굵으면서도, 묘하게 미공자다운 두가지 분위기를 동시에 풍기는 관옥같은 얼굴과 그것을 아우르는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은 가히 시선폭력이었다. 마도옥룡이라 불리며 강호의 뭇 여인들의 밤낮을 설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그였다. 그런 존재가 한낫 몸종의 노리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천하가 발칵 뒤집히리라. '호호호.' 마른수건으로 발의 물기를 정성들여 닦아주는 감촉을 즐길 때였다. "삼장로님이 오셨습니다." 문 밖을 지키던 적호대의 무사의 목소리에 소리를 차단하던 강기막을 푼 천룡진이 재빨리 굽혔던 무릎을 폈다. "나가 있거라." 이에 설란이 어이 없다는 듯 반문했다. "이 발로요?" 그녀가 자신의 희고 앙증맞은 발을 내려다보곤, 다시 짚신을 쳐다봤다. "제 짚신 가지고 뭘 하시려고요?" "...." 천룡진의 입이 다물리자, 그녀는 이내 당연하다는 듯 발끝을 까딱였다. 니가 신겨줘야 나갈 거 아니야? 천룡진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설란은 제까짓게 별수 있겠냐는 듯, 오만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아이 간지러워. 호호." 천룡진이 신겨주는 짚신을 발 한번 까딱이지 않고 신은 설란이 그가 넘겨주는 대야를 두 손으로 든 채 침상에서 일어났다. 천룡진이 밖을 향해 소리쳤다. "들어오시라 하게." 마교의 삼장로 냉혈독군(冷血毒君)독고성은 열린 문으로 들어가려다, 황금대야를 든 채 조심스럽게 나가는 시비를 보곤 미안한 얼굴을 했다. '세족을 하고 계셨나보군.' 좀 더 후에 올 걸 그랬다. 그런 독고성을 향해 천룡진이 고조없는 어조로 물었다. "삼장로께선 무슨 일로 오셨소?" "아. 요번에 무림맹과 귀주를 놓고 다툼이 일어 흑풍대를 파견했으면 해서 왔습니다." 설란은 요즘 기분이 좋았다. 마교의 소교주를 자신의 치마폭에 가두었다. '정말 통할 줄은 몰랐어. 후후.' 그녀는 마교의 내원에서 일하는 평범한 시비에 불과했다. 그러던 반년 전 어느 날, 그녀는 마교의 무서각 중 최하위인 동마각을 정리할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한참 무공서를 정리하던 도중, 그녀는 우연히 바닥으로 떨어진 한 권의 책자를 발견했다. 다른 책지와는 다르게 유달리 붉으스름하고, 먼지 먹은 낡은 책지에 그녀는 궁금증이 일었다. 보통 이런 유서 깊은 서책은 필사한 책들만을 모아 놓는 동마각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아니, 없었다. 이런건 상위서고인 은마각이나, 금마각에 가야지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먼지를 털고 제목을 읽어보았다. '요람섭혼공(搖男躡魂功)?' 흔들 요에 짓밟을 섭을 써서 남자의 혼을 흔들어 짓밟다라는 요사한 제목의 무공서였다. 아니, 무공서이기는 한지 의심부터 들었다. 마교에서는 시비들도 기초적인 무공을 필수적으로 익히게 되어 있었고, 때문에 설란도 기본적인 무공에 대한 지식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요람섭혼공이란 괴공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았다. 그렇게 반쯤 흥미 위주로 첫장을 펼쳐 들었을 때, 그녀는 그만 요람섭혼공에 빠져들고 말았다. 요람섭혼공은 익히기가 난해한 여타 무공들과는 다르게 입문하기가 무척 간단했고, 서술또한 대부분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간결했다. 설란은 그날 반쯤 재미 삼아 요람섭혼공을 익혔다. 처음 보름 동안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을 때였다. 그녀는 이변을 깨달았다. 자신이 모시는 마교의 흑기부대주 소안독창(笑顔毒槍)이세진이 그녀의 동작 하나 하나에 일일이 반응해왔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기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세진의 증세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이제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흠칫거렸다. 별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세진은 웃으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악인이다. 더군다나 그는 시비를 제 발 아래의 벌레로 아는 자였다. 설란도 이세진이 던진 찻잔에 여러 번 피를 흘렸었다. 변화의 원인으로 떠오른 건 최근 익히고 있는 요람섭혼공밖에 없었다. 설마했던 그녀는 요람섭혼공에 적힌대로 이세진을 유혹해봤고 결과는 하루가 지나지 않아 바로 나왔다. "짖어." "하 하지만 이곳은 후원이다. 누가 보면은..!" 짝! 짝! 이세진의 고개가 양 옆으로 세차게 돌아갔다. 그의 볼이 작은 손바닥 모양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짖어." "머, 멍." 이세진은 평소에 시비들을 후원 잔디밭에서 흑기대원들이 보는 앞에서 자랑하듯 강간하기를 즐겼다. 그 시비들 가운데는 그녀의 친구인 연소소도 있었다. 연소소는 그때의 기억을 못 잊어 결국에는 못 가 나무에 목을 메달고 자살했다. 하지만 이를 문제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공명정대하다던 흑기대주 유진조차 심하지만 않으면 그를 나무라지 않는 편이었다. 마교는 약육강식이고 이세진은 강자였으니까. "더 크게." "멍! 멍! 멍!" 겁에 질린 이세진이 흔들리는 눈으로 짖자, 설란이 교소를 터트리며 소매로 젖은 눈가를 찍었다. "아하, 아하하하하하!"
작품 정보
〈마교주를 노예로 삼다〉는 Goshen 작가의 고수위 웹소설이다.
노벨피아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노벨피아 2023년 4월 18일이다.2026년 10월 27일 기준 연재 회차는 노벨피아 54화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노벨피아 164 늘어 누적 7.1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