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게 뭐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말이 너무 짧다, 인아야.” 미소를 띤 강제하가 책상에 걸터앉으며 팔짱을 꼈다. 통유리 너머로 펼쳐진 도시가 그의 소유물처럼 내려다보였다.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제하와 마주한 건, 제 가족이 그에게 빌렸다는 돈 때문이었다. 팔자를 운운하며 한탄하기 바쁜 엄마, 원한다면 그 누구라도 제 아래 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언니. 이들과 같은 삶을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으나, 결국 인아 또한 그들에게 묶여 늘 제자리였다. ‘남들 다 해 본 거 나만 못 해 봐서. 재밌게 해 줄 수 있어?’ ‘이렇게 어려운 제안 받는 건 처음인데. 기꺼이 도와주고 싶네.’ 6년 전, 그와의 관계도 가족에 대한 회피, 숨겨 둔 열등감의 발동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6년 전에 끝난 사이인데 지금 다시 붙어먹는 게 말이 돼?” “나도 좀 궁금해서 말이야. 우리가 뭐였기에.” 낮은 목소리에서 여유가 사라지고, 그가 인아의 손을 천천히 끌어 내리기 시작했다. “다른 여자한텐 서지 않는 건지. 너랑 제대로 해 봐야 알 것 같거든.” 한데 왜인지 이상한 감정이 치밀었다. 제가 이 남자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뒤틀린 승리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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