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토키오미는 보석을 손가락 사이에서 가볍게 굴렸다. 마술사의 시점에서, 그가 이제 시전하려는 것은 본디 마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영혼의 작법이었고, 사신의 격이었으며, 그가 잃었을 본래의 세계에서 「파도 90번」이라 불리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세계로 표백되어 온 자였다. 이 세계의 격조에 그것을 옮겨 적어 두는 것이, 그가 시계탑에 남긴 작은 기여 중 하나였다. 영창은 격조였다. 격조는 정확함이었다. 정확함은 그 자체로 미학이었다. 토키오미는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손에 쥐고 있던 보석이 가루가 되어, 강을 향해 곧장 흘러갔다. 동시에 그의 입이 열렸다. 평소의 단정한 어조에 한 옥타브 낮은 숙연함이 얹혀 있었다. ─ 배어나오는 혼탁한 문장, 불손한 광기의 그릇. 다리 위에서 세이버의 발이 멈추었다. 라이더의 신우가 한 발짝 뒷걸음질 쳤다. 캐스터는 여전히 자신의 신을 향해 외치고 있었으나, 그 책장 사이의 입들이 단 한 줄로 침묵했다. ─ 솟아오르고, 부정하고, 마비되고, 번뜩이며, 잠을 방해하노라. 강물의 흐름이 거꾸로 갔다. 단지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토키오미가 발음한 음절 하나하나가 이 세계의 인과율 위에 잠시 다른 글자를 덮어쓴 듯한 어색함이, 미온강의 표면 위로 잔물결을 일으켰다. 그 잔물결의 사이사이로, 보이지 않는 검은 직선이 천천히, 거대한 직육면체의 모서리를 그려내고 있었다. ─ 기어가는 철의 왕녀, 끊임없이 자괴하는 진흙 인형. 그 형상의 한가운데에서 거대 괴수가, 처음으로 떨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위치를 잘못 짚은 자의 떨림에 가까웠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더 이상 그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본능보다 더 깊은 어딘가에서 알아차린 자의 떨림. 캐스터는 그제야 강 너머의 어둠을 보았다. 그곳에 한 사내가 서 있었고, 그 사내는 자신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술식에만 집중한, 거의 다정에 가까운 표정으로. ─ 결합하라. 반발하라. 길가메쉬는 작게 웃었다. ─ 땅을 메워 자신의 무력함을 깨달아라. "파도(破道) 90번." 토키오미가 마지막으로, 거의 속삭이듯 그 이름을 발음했다. "……흑관(黒棺)."
작품 정보
〈[타입문 X 블리치] 표백된 마술사〉는 Icthultu 작가의 패러디 웹소설이다.
노벨피아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노벨피아 2026년 5월 10일이다.2026년 10월 27일 기준 연재 회차는 노벨피아 56화다.
최근 7일(10/21~10/27) 조회수는 노벨피아 2,211 늘어 누적 7.3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