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코끝을 찌르는 알코올의 소독약 냄새. 눈을 뜨기도 전에 느껴지는 것은 전신의 신경을 갉아먹는 듯한 둔탁한 통증이었다. \'아, 살아있나.\' 천천히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보였다. 진흙탕이 섞인 참호의 하늘도, 폭음이 난무하는 전장의 상공도 아닌 깨끗하고 하얀 천장.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래, 정찰 임무 중이었다. 빌어먹을 \'존재 X\'의 농간인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없었던 건지 적국 소대와 맞닥뜨렸고, 나는 \'생존\'이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목적을 위해 마력을 쥐어짜 그들을 배제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살아남았고, 내 몸은 걸레짝이 되었다. \"정신이 드나, 데그레챠프 준위. 아니, 이제 \'소위\'라고 불러야겠군.\" 옆을 돌아보니 군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장교가 서 있었다. 내 인사 기록을 관리하는 참모 본부의 눈이다. 그는 내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작은 상자를 가리켰다. 그 안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백은 무공 훈장이 놓여 있었다. 최전선에서 사선을 넘나든 자에게 주어지는 영예. 하지만 내 눈에는 그것이 마치 \'앞으로도 더 효율적으로 죽어라\'라고 말하는 종신 노예 계약서처럼 보였다. \"축하하네. 자네의 분전 덕분에 적의 도하 작전은 완전히 무산되었어. 자네는 제국의 영웅이야.\" \"과분한 말씀입니다. 저는 그저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했을 뿐입니다.\" 나는 혀 짧은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가증스러운 애국심을 연기했다. 속으로는 구역질이 났지만, 이 \'유녀\'라는 껍데기는 이럴 때 아주 유용한 방패가 된다. 자, 이제 보상을 요구할 차례다. 이 정도 공적을 세웠고 몸까지 망가졌으니, 상식적인 인사 관리자라면 나를 안전한 후방으로 보내줄 것이다. 대학이라도 보내달라고 할까? 아니면 후방 병참 기지에서 서류나 만지게 해달라고 할까? 나의 장밋빛 \'안전한 후방 라이프\'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은 내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 \"상부에서는 자네의 뛰어난 마도 적성과 상황 판단력을 높게 평가했네. 그래서 자네에게 아주 특별한 \'후방 임무\'를 맡기기로 결정했지.\" \"후방… 임무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자네는 이제부터 알비온 연합왕국으로 향하게 될 거다.\" 순간 내 사고 회로가 정지했다. 알비온? 적국이 아닌가? \"물론 제국군 소위로서 가는 게 아니야. 자네의 그 어린 외모와 뛰어난 어학 능력을 활용해, 적국의 젊은 마도 사관들을 육성하는 **\'로열 마도 사관학교\'**에 학생으로 잠입하게 될 걸세.\" \"…잠입, 말입니까?\" \"그래. 적의 차세대 전력을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그들의 교육 체계에 혼선을 주거나 우수한 인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 이것이 자네에게 내려진 새로운 명령이다. 적국 한복판이니 최전선보다 안전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포탄이 쏟아지는 참호보다는 쾌적하겠지?\"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사관학교? 그것도 적국의 사관학교에 잠입하라고? 이건 효율적인 인적 자원 활용이 아니라 명백한 학대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간 말은 내 의지와는 정반대였다. \"제국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명을 따르겠습니다.\" 입으로는 충성을 맹세하며,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 X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안전한 후방? 평온한 삶? 결국 나는 총 대신 펜과 교본을 든 채, 또 다른 형태의 전장으로 던져지게 된 것이다.
작품 정보
〈[유녀전기][AI]은빛 날개의 그림자: 알비온 유학 전기〉는 AI딸깍 작가의 패러디 웹소설이다.
노벨피아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노벨피아 2025년 12월 29일이다.2026년 10월 18일 기준 연재 회차는 노벨피아 7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