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피는 따뜻할 때 베어야 한다. 세조는 칼을 닦으며 생각했다. 철이 천천히 빛을 되찾는다. 날은 여전히 살아 있다. “대군마마, 즉위식이 곧 시작되옵니다.” 부하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즉위식. 조카가 왕이 되는 날. 세조는 웃었다. 1회차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린 왕. 눈물 어린 얼굴. 충신들의 둘러섬. 그리고— 결국 무너진 궁. 영월의 밤. 그는 왕이 되었지만, 그 과정은 피로 얼룩졌다. 후회는 없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 정통성은 나라를 지키지 못한다. 결단만이 나라를 지킨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게 할 생각이었다.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회랑으로 나섰다. 북소리가 울렸다. 어린 왕이 붉은 곤룡포를 입고 서 있다. 세조는 걸음을 멈췄다. 이상했다. 눈. 그 눈이— 1회차와 다르다. 그때의 조카는 두려움과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요하다. 차갑다. 그리고… 알고 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세조는 확신했다. 저 아이도 기억한다. 순간, 가슴이 묘하게 뜨거워졌다. 흥미롭다. “전하를 뵙습니다.” 예를 갖추며 고개를 숙인다. 단종은 미소 지었다. 어린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미소. “숙부께서도 건강해 보이십니다.” 말은 공손했다. 하지만 그 속에 날이 서 있다. 체스판이 깔렸다. 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날 밤. 세조는 밀실에 앉아 대신들과 술을 나누었다. “김종서를 먼저 흔들겠습니다.” “군권은 제가 책임지지요.” 부하들이 속삭인다. 세조는 손을 들어 말을 멈추게 했다. “아니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본다. “이번에는 조카가 먼저 움직일 것이다.” 정적. “대군마마… 어찌…” 세조는 천천히 잔을 들었다. “그 눈은, 두 번 죽은 자의 눈이다.” 방 안 공기가 식는다. “그러니 서두르지 마라.” 그는 잔을 비웠다. “왕이 괴물이 되려 한다면, 우리는 더 큰 괴물이 되면 된다.” 창밖 달빛이 길게 드리워졌다. 세조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카야. 이번에는 어디까지 갈 생각이냐.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혹은 나를 죽이기 위해.
작품 정보
〈단종 환생하다.〉는 수3 작가의 대체역사 웹소설이다.
노벨피아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노벨피아 2026년 3월 18일이다.2026년 10월 18일 기준 연재 회차는 노벨피아 9화다.
![[왕과 사는 남자] 도사란 무엇이냐](https://cf-image.joara.com/literature_file/cover_file/20250417_11301271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