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케이는 짧게 자른 스포츠 머리에 대문자 S자가 정면에 붙어있는 낡아서 약간 해진 검은색 모자를 눌러 쓰고는 왼쪽 어깨에는 가방을 메고 그 아래 왼손에는 쇼핑백을 하나 들고 오른손에는 고추장과 참기름을 싼 보자기들고 집을 나선다. 새해가 바뀐지 미처 일주일이 지나지 않는 날이라 당연히 찬바람이 스칠때면 귀가 빨게지고 장갑을 꼈어도 양손은 엄청 차갑다. 큰길에 나가 지나가는 택시에 신호를 보낸다. 누가봐도 케이는 택시 말고는 타고갈 교통편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천천히 오던 택시 한대가 갑자기 급하기 이쪽으로 온다. 택시는 정확히 조수석이 케이 앞에 오자 멈추고는 창문이 스르륵 열린다. “갈랍니까?” “예” 케이는 노도 종합 버스 터미날에 도착하자 매표구에 고개를 숙여 표를 목적지를 말한다. “창원 몇시차 인가요?” “한시 40분 입니다” “한명이요” “좌석이 많이 남아 뒤쪽으로 드리께요” "좌석 확인 하시고 노도 고속버스 입니다.” 케이는 시외버스 타는곳 곳이 잘보이는 자리에 잠시 않아 한숨을 돌린다. 조금지나지 않아 버스가 도착하고 “치익” 소리와 함께 앞문이 열리고 50은 넘어 보이는 기사님이 푸른 제복 만큼이나 당당한 자세로 내린다. 어느새 버스앞에는 줄이 만들어지고 한명씩 차에 오른다. 케이는 생각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질서를 너무 잘지킨다”고 남자들은 군대를 갖다와서 그렇다치지만 “여자들은 왜 잘지키지"하는 생각도 해본다. 케이도 순서가 되자 창원에 가는버스에 오른다. 자리에 앉은 케이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케이는 군대에서 제대한지 겨우 2주정도여서 일주일정도 아니 조금만 더 집에서 놀다가 가고 싶었지만 고향 친구들은 이미 오래전 모두 동네를 떠나 도시로 나가 돈을 벌고 있어서 마땅히 만날수 있는 친구도 없었고 연락하여 당장 볼수있는 친구도 없어 제대후에 느껴지는 고향 동네는 마치 새로운 지역에 처음 와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마침 몇년 전 창원에 있는 대기업에 취직하여 근무하고 있던 둘째 형에게서 연락이 온것이다. 자기 회사에서 직원을 모집한단다. 빨리 올라와서 이력서 넣고 면접을 보라는것이었다. 형의 회사는 대기업 SS다. 무작정 그래서 무작정 간다 했다. “가보면 무슨일이든 일어나겠지” 버스에 시동이 걸린다. 케이는 생각을 끊고 자세를 고쳐 앉는다. 케이의 좌석은 버스 우측 뒷 바퀴 위에 있다. 좌석 번호는 48번 이었지만 54인승 버스에 손님은 스무 명 정도여서 일부러 거기에 앉았다. 케이는 달리는 버스의 바퀴가 회전하면서 내는 진동과 가끔씩 브레이크가 조여지는 "끼이익" 소리가 좋았다, 그 떨림과 소리에도 잠이왔다. 떨림은 길게도이어졌고 케이도 지기싫어 끈질기게 잤다. 중간에는 눈뜨기 싫어 자는척도 했다. 그렇게 5시간을 약간넘게 달려 도착한 도시는 들어본적도 본적도 없는 낮선 곳이다. 케이는 버스에서 내려 터미날 안으로 들어선다. 케이의 눈동자에는 각자의 이정표대로 움직이는 셀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스치고 있었지만 케이는 누구와도 마주치지않게 조심히 움직이며 문을향해 그들과 섞인다. 그렇게 터미날을 빠져나와보니 앞에는 사람들이 더 많았고 귓가를 울리는 어지러운 소리들도 그 숫자 만큼이나 더 많다. 이 도시의 공기는 케이의 마음 만큼이나 차갑게 느껴졌으며 지나가는 수많은 눈길들은 처음 느낀 이 도시의 공기 만큼 그저 휑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그들의 모습을 감추고 싶어서인지 모두 멈추지 않고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인다. 그 모습에 케이는 알수없는 두려움이 들었으며 그런 마음을 감추기라도 하듯이 택시가 대기중인 택시 승강장으로 서둘러 움직여 택시를 타고 형이 사는 동네로 향한다. 군대가기전 서울에서 2년정도 살아서 도시의 모습은 어느정도 익숙할거라고 생각하였지만 달리는 차창 밖 모습들은 모두 불빛 하나 없이 온기가 없다. 케이의 심장과 같다. 택시에는 따뜻한 바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지만 이 도시에 맨처음 첫발을 디딜때 느꼈던 이십 몇 분전의 그 공기가 케이를 따라 오는것 같다. 싸늘하게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다. 이십여 분을 달려 드디어 택시가 멈춘다. 어디를 어떻게 지나서 여기에 있는지 알수가없고 느껴지는 것은 혼란과 떨림 뿐이다. "얼맙니까?'' 정신이 든다. "5천 800원입니다" 택시 기사님은 잔돈을 챙기느라 괜히 낑낑덴다, 바로 앞에 오백원,백원짜리들이 빼내기쉽게 잘 정리되어 끼워져있는 데도,,,, "됬씁니다" 기사님의 얼굴에 미소가 살짝보인다. 아마 성공한거 같다. 택시에서 내린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곳은 창원에서 제일 큰 공원으로 한쪽엔 맨땅에 찢어진 골망이 걸린 축구 골대가 마주보는 제법큰 축구장이 있고 그옆에는 파란색 바닥에 흰색 줄이 그어진 긴 네모의 농구장이 있다. 그물망은 별반 다를게 없다. 동네 애들 몇 명이서 얼굴이 빨개져도 농구를 하고있다. 케이의 눈길은 작은 동산같은 소나무 숲을 지나 완전히 말라 잎이 사라져 가시만 남아 뒤엉켜있는 줄기들에 이른다. 그 수가 제법 많다. "뭘까" 케이는 한 낮인데도 스산함을 느끼곤 고개를 돌려 형이 산다는 사원 아파트를 본다. 기다랗고 수십개의 구멍이 뚫린 엄청나게 큰 콘크리트 벽돌들이 땅에 단단히 심어져있다. 5층 짜리 아파트다. 구멍들에는 유리가 설치되어 있어 햇빚이 반사되기도 하고 문이 열리고 뭔가 움직이는 모습도 보인다. 아파트 측면엔 커다랗게 형이 다닌다는 회사 이름이 흰색으로 써져있다. 겨울 날씨만큼 을씨년 스러웠다. 움직여본다. 눈앞에 "5동"이라 쓰여있고 그위에 그것보다 조금 작게 “기-나-다” 라 검게 씌여있다. 올라간다. 한발 한발 올라가는데 기분은 저 밑으로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312호 녹색 철문에 빨간색 버튼이 있다. 손잡이엔 신발 주머니가 걸려있다. 이것도 나중에 알았지만 우유 주머니라는것이다. 오른손에든 보자기를 계단에 놓고 버튼을 누른다. “띵동” "띵동" "네" 이 도시에서의 삶이 그렇게 시작된다.
작품 정보
〈내가 사랑한 사람과 나를사랑한 사람 이야기〉는 PIA1770558738691 작가의 로맨스 웹소설이다.
노벨피아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노벨피아 2026년 2월 9일이다.2026년 10월 18일 기준 연재 회차는 노벨피아 1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