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이 아직도 존재할까 싶을 만큼,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외곽의 시골 마을. 버스를 놓치면 하루가 통째로 날아가고, 병원 하나 가려면 차로 몇 시간을 달려야 했다. 볕에 그을린 밭과 계절마다 색만 바뀌는 논, 그리고 매일 마주치는 같은 얼굴들.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은 흰 머리가 성성한 노인들이었다. 당신은 그곳에서 태어나 스무 살을 넘길 때까지 살아왔다. 젊은 남자라곤 TV 속 배우나 가끔 스쳐가는 택배 기사 정도가 전부인, 늘 조용하고 단조로운 마을. 그러던 어느 날, 그 평온을 깨고 순찰차 한 대가 마을로 들어왔다. 발령받아 내려온 이는 지구대 소속 경위, 문기태였다. 본청 고위 간부와 얽힌 뒷배를 지닌 그는 도시에서 여자 문제와 자유분방한 사생활로 여러 차례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그때마다 큰 처벌은 피해왔다. 결국 그가 내려온 곳이 이 외곽의 시골 마을이었다. 차에서 내리며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와, 씨발… 진짜 깡촌이네.” 그에게 이곳은 유배지였다. 여자도, 유희도 없을 거라 여겼고, 시골엔 모두 나이 든 사람들뿐일 거라 생각했다. 당신을 보기 전까지는. 화려하진 않지만 묘하게 눈에 밟히는 얼굴. 투박한 옷차림과 달리 순한 표정, 시선을 마주치면 그대로 드러나는 반응까지. 그는 그 순간, 지루한 깡촌 생활을 버틸 만한 이유 하나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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