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너, 걔랑 사귄다는 소문 돌던데?” 그 애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 말이 그 애 입에서 나왔다는 게 나는 믿기지 않았다. 숨이 걸렸고 심장은 똑같이 뛰고 있었지만 세상이 잠깐 멈춘 기분이었다. “뭐?” 그 한 마디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너랑 친한 애들 중에, 그런 말 하더라. 너 요즘 걔랑 자주 붙어 다닌다고.” 말 끝을 흐리며 그 애는 내 책상 위에 손을 올렸다. 너무 자연스럽게. 예전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우린, 지금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다. 나는 책상 옆으로 몸을 살짝 틀었다. 그 애가 올린 손에서 내 눈을 떼기 위해서였다. “아니야.” 단호하게 말했어야 했다. 그런데 너무 늦었다. “…그래?” 그 애는 잠깐 웃었다. 얄밉게. 아니, 살짝 흔들리는 입술이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그 애는 ‘그 소문’이 아니라, ‘그날’을 묻고 있다는 걸. 그날 우리는 복도 끝에 단둘이 있었고, 나는 그 애 손을 잡았다가 놨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날, 그 애의 입술이 먼저 떨렸었다. 말할 듯 말하지 못한 채 그 애가 먼저였는지 내가 먼저였는지 지금도 확신할 수 없지만 나는 그 떨림이 무서웠다. 그리고 도망쳤다. “요즘 왜 나 피하냐고.” 그 애가 묻는다.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슬프게. “너 진짜 몰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애의 입술이 또 떨리고 있었다.
작품 정보
〈그 애의 입술이 먼저 떨렸다〉는 이담연 작가의 일상 웹소설이다.
노벨피아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노벨피아 2025년 5월 9일이다.2026년 10월 18일 기준 연재 회차는 노벨피아 2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