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저 멀리 신호등이 바뀌었다. 엄마는 내 손을 이끌고 신호를 건너기 위해서 뛰어간다. 어제 이사를 마치고 아침 일찍 전학을 위해 교육청으로 향하는 길이다. 신호를 거의 다 건넜을 때, 저 멀리 내가 타야할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있다. 엄마는 다시한번 내 손을 잡고 뛰어가지만 버스는 정류장을 조금 지나쳐 바로 앞 교차로에 신호대기중이었다. 배차시간이 긴 버스라 이번 버스를 놓치면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기에 엄마는 교차로까지 뛰어가 버스 앞문을 두드렸다. 정류장이 아니었기에 바로 열리지는 않았으나, 이내 버스기사는 문을 열어준다. 버스 문이 열리고 엄마는 나에게 빨리오라며 소리를 친다. 내 나이 14살, 엄마의 저런 행동이 길거리에서 창피했지만 얼른 뛰어가 버스에 올라탄다. 사람이 많지는 않은 버스였지만 엄마와 나는 버스기사 바로 뒤 자리에 앉았다. 그때, 버스기사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데 아무래도 방금 엄마가 무리하게 버스를 잡았기 때문인거같다. 다 들리지만, 엄마도 나도 딱히 들은 척 하지 않고 조용히 교육청까지 타고간다. 버스에서 내려, 교육청에서 전학 절차를 밟고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에 왔다. 지방에서 올라왔기에 서울 학교는 어떨 지 굉장히 기대와 설렘을 갖고 있었으나 내가 본래 지방에서 잠깐 다녔던 중학교는 남중이었고, 전학오게 된 곳은 남녀공학이었다. 지방에서 5월까지만 학교를 다녔고, 특이하게 그곳은 2학기부터 교복을 맞췄기에 나는 다니는동안 교복을 사지 않고 이사를 올 수 있게 되었다. 새로 전학 온 학교의 교문을 엄마와 함께 들어서고 곧장 행정반으로 향했다. 지방에서 나의 머리는 스포츠머리로 전부 밀려, 행정반에 들어오는 여학생들이 쳐다볼 때 마다 뭔가 창피했다. 그렇게 전학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고 나는 1학년 2반으로 배정이 되었다. 엄마는 학교 잘 다니라는 말과 함께 출근했는데, 복도에서 본 엄마의 뒷모습은 어린 내가 보더라도 뭔가 힘들고 지쳐보였다. 엄마가 가고, 나의 담임선생이 나를 대리러왔다. 담임선생과 함께 교실로 가는데 이내 긴장이 되었다. 자기소개는 뭐라고 하지? 내 머리를 보고 비웃지는 않을까? 등등 시덥잖은 것들로. 그렇게 1학년 2반의 앞문이 열리고 선생이 먼저 들어간 뒤, 그 뒤로 긴장한 채 반으로 들어왔다. (웅성웅성) 아이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고, 긴장은 배가 되어 내 몸을 꽉 조였다. 선생이 아이들을 정숙시키고 나에 대한 짧은 소개 후, 올것이 왔다. 자기소개. 사실 긴장해서 뭐라고 말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대략 어디서 왔고, 이름과 축구를 좋아한다는 말을 했던 거 같다. 그렇게 자기소개가 끝나고, 내 자리는 가장 뒷자리로 우선 앉으라고 지정해준다. 나는 이날 교복도 없이 검은티에 청바지만 입고 학교를 왔기에, 다른 아이들이 보더라도 전학생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내 스포츠머리 이게 가장 창피했다. 이 곳은 다행히 두발규정이 없어서 앞으로 기를 수 있었고, 학교 끝나자마자 인터넷을 켜 머리 빨리 기르는 법 같은걸 검색해보기로 한다. 그렇게 전학 온 학교에서 첫 수업이 시작되고 나는 본래 공부는 잘 못했고 첫 날이라 긴장한 탓에 아무것도 눈에도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점심시간) 지방에서 다닌 학교는 식당이 있었으나 이곳은 배식차가 교실 앞으로 온다. 배식담당들이 배식차를 밀고 교실로 들어온다. 번호 순서대로 돌아가며 하는 듯 하다. 전학생 특권이라며 가장 먼저 배식을 받게 해줬다. 속으로는 부담스러웠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얼른 오늘 학교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잘 들어오지도 않았던 하루의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집으로 향했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그 전에 교복부터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끝나면 전화하라던 엄마의 말이 생각나, 학교 앞 공중전화에서 콜렉트콜을 통해 엄마에게 전화를건다. 5초동안 제공되는 무료통화에서 아들임을 알렸다. 이내 엄마가 전화연결을 받았고 교복에 대해 물어봤다. 다행히 학교 앞 교복집에 엄마가 아까 학교에서 출근하기 전 결제를 해놨다고한다. 곧장 교복집으로 갔다. 티비에서 나오는 유명 브랜드의 교복은 아니지만 뭐 상관없었다. 교복집에 들어섰다. 굉장히 불친절해 보이는 아저씨가 앉아있었는데 살짝 겁을 먹었다. 내 이름을 대니, 상황판단이 된 교복집 주인은 내 신체 사이즈를 재고,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수선실에서 열심히 교복을 수선한다. 내 인생 첫 교복이 나왔다. 근데 사이즈가 조금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 성장기인 나에게 딱 맞는 교복을 입힐경우 얼마안가 다시 교복을 맞춰야 했기에 한치수 반 이상 큰 교복을 받게되었다. 그래도 불만은 없었다. 사복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었기에 곧장 교복을 받아들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집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게 된 이유는 단 하나다. 아버지의 직장. 지방에서도 빌라에 살고 있었으나, 건물주가 파산하는 바람에 빌라가 경매에 넘어갔고 당장 세입자인 우리는 힘 없이 내쫒겼고 그 와중에 아버지 직장까지 옮기면서 정신없이 쫓기듯 서울로 올라왔다. 그렇게 급하 게 돈 150만원. 엄마아빠가 가진 전재산이다. 엄마는 아빠 때문에 신용불량상태였고, 아빠 또한 신용불량상태 였기에 대출은 꿈도 못 꾼다.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거주지는 바로 고시원이다. - 다음화에 계속-
작품 정보
〈그날의 추억〉은 후아앙암 작가의 일상 웹소설이다.
노벨피아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노벨피아 2021년 4월 30일이다.2026년 10월 18일 기준 연재 회차는 노벨피아 1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