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귀신이 있다는 이야기는 있었다. 도깨비 이야기도 있었고, 밤에 혼자 다니면 이상한 것을 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옛날이야기였다.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치렀고,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갔으며, 밤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윗집에서 뭔가 떨어뜨렸겠거니 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갔다. 2006년 11월 17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박도윤은 일곱 살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가는 차 뒷좌석에 앉아 있었고, 손에는 만화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아버지는 운전을 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조수석에서 졸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늦은 밤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날은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그래서 훗날 도윤은 가끔 생각했다. 세상이 망가지는 날이라면 조금은 특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비가 쏟아진다거나, 하늘이 갈라진다거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거나. 적어도 무언가가 시작됐다는 신호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고속도로에는 차가 많았고, 아버지는 길이 막힌다고 투덜거렸으며, 어머니는 졸고 있었다. “아빠.” “응.” “휴게소 언제 가?” “조금만 더 가면 돼.” “얼마나?” “한 십 분.” 도윤은 창밖을 바라봤다. 어두운 도로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도로 옆 갓길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엄마.” 대답이 없었다. “엄마.” 어머니는 자고 있었다. 도윤은 창문에 얼굴을 가까이 붙였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고속도로 갓길에 사람이 서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가만히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 그 앞을 지나갔다. 그 순간,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도윤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도윤은 이상한 것을 봤다. 그 사람에게는 그림자가 없었다. “아빠.” “왜?” “저 사람 그림자가 없어.” 아버지가 백미러를 흘끗 봤다. “뭔 소리야.” “진짜 없어.” “밤이니까 안 보이는 거겠지.” 그게 전부였다. 몇 분 뒤, 차가 멈췄다. “어?” 아버지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앞에 차가 한 대 서 있었다. 사고가 난 것 같지도 않았고, 비상등도 켜져 있지 않았다. 그저 도로 한가운데에 차가 멈춰 있었다. 아버지가 경적을 울렸다. 빵. 아무 반응도 없었다. 한 번 더 울렸다. 빵.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뭐야, 저거.” 아버지가 안전벨트를 풀었다. “잠깐 나갔다 올게.” 어머니가 눈을 떴다. “왜?” “앞에 차가 이상하게 서 있어.” “경찰 부르면 안 돼?” “금방 보고 올게.” 아버지가 차에서 내렸다. 도윤은 뒷좌석에서 창문을 바라봤다. 아버지가 앞차로 걸어가 운전석 창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는 운전석 문을 잡았다. 그 순간이었다. 앞차의 뒷좌석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도윤은 숨을 멈췄다. 검은 옷이었다. 아까 갓길에 서 있던 사람과 똑같은 옷. 똑같은 얼굴. 똑같은 눈. 그것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도윤은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그런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도윤아.” 어머니가 말했다. “응?” “아빠 어디 갔지?” 도윤은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머니의 얼굴이 조금 전과 달랐다.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는 알 수 없었다. 눈도 어머니의 것이었고, 코도, 입도 전부 어머니의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머니가 어머니가 아닌 것 같았다. “엄마.” “응.” “엄마 맞아?” 어머니가 웃었다. “그럼 엄마지.” 어머니가 손을 내밀었다. “이리 와.” 도윤은 움직이지 않았다. 손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그때 차량 라디오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다. 치직.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망가.” 도윤은 라디오를 바라봤다. “도윤아.” 어머니가 다시 불렀다. “이리 와.” 라디오에서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가.” 도윤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뛰었다. \"도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왜 뛰었는지는 몰랐다. 그냥 뛰었다. 뒤에서 비명과 같은 소리가 들려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고속도로 옆 풀밭으로 뛰어들었다. 넘어지고, 무릎이 까지고, 울면서도 계속 달렸다. 뒤에서 무언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얼마나 달렸는지 몰랐다. 어느 순간 도윤은 멈췄다. 앞에 사람이 있었다. 경찰이었다. “꼬마야?”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경찰이 무릎을 꿇었다. “괜찮아?”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아빠는?” 도윤은 뒤를 돌아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고속도로도, 차도, 부모님도 보이지 않았다. 경찰이 다시 물었다. “엄마 아빠가 어디 있어?”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멀리 어둠 속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검은 사람. 아까 그 사람이었다. 경찰이 도윤의 시선을 따라갔다. “저쪽에 누가 있니?” 도윤은 한참 동안 그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없어요.” 그날 밤 박도윤은 구조됐다. 부모님은 찾지 못했다. 차량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몇 달 동안 수색했고, 실종 사건을 수사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언론에서는 납치, 사고, 범죄 등 온갖 추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곱 살짜리 아이 하나가 살아남았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도윤에게 남은 유일한 상처는 무릎에 난 작은 찰과상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의 기억은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흐려졌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도. 사라진 차도. 어머니의 얼굴도. 라디오에서 들었던 목소리도. 모두 조금씩 흐려졌다. 도윤은 자신이 왜 살아남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그리고 23일 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석 달 뒤에는 열세 건이 발생했다. 1년 뒤에는 수백 건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이상현상이라고 불렀다. 그다음에는 변칙현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사람들은 그것들을 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정부는 관련 기관을 만들었다. 연구소가 생겼고, 격리시설이 생겼으며, 괴이와 관련된 법률이 만들어졌다. 괴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의 전문가가 됐다. 괴이와 싸우는 사람들은 영웅이 됐다. 괴이에 노출된 사람들은 관리 대상이 됐다. 그리고 20년이 지나자 사람들은 괴이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하게 됐다. 다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박도윤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밤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왜 자신만 살아남았는지, 그때 라디오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누구의 것이었는지. 전부 잊었다. 그저 한 가지 습관만 남았다. 도윤은 지금도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대답하지 않는다.
작품 정보
〈괜히, 괴이.〉는 잠좀자자 작가의 현대판타지 웹소설이다.
노벨피아에서 연재 중이다.
연재 시작은 노벨피아 2026년 9월 21일이다.2026년 10월 18일 기준 연재 회차는 노벨피아 2화다.